아라비아의 황톳빛 언덕 '고대유적 집합소'를 가다

 

  • 요르단 Jordan

이슬람과 그리스·로마 문화가 한데 어우러진 곳,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성지(聖地)가 공존하는 곳. 아라비아 반도의 작은 왕국 요르단 이야기다. 남한 만한 크기의 이 나라는 고대 유적의 집합소다. 사해(死海)와 홍해(紅海)가 선사하는 자연의 신비도 느낄 수 있다.

    

요르단 수도 암만 남쪽으로 320㎞ 떨어진와디 럼 사막에선 하늘로 수백m 솟은 바위산이 불쑥 나타난다. 낙타를 모는 베두인족이 사막에서 텐트를 치고 전통식 유목 생활을 한다. / 네이버 블로거 김기환씨 제공
 
 
◇언덕의 도시, 암만

요르단의 수도 암만은 황톳빛 언덕의 도시다. 해발 850m에 위치한 이 도시의 옛 성터 '자벨 알 깔라'에 오르니, 맞춘 듯 황토색으로 칠한 직사각형 집들이 언덕에 들어찬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로마 제국의 식민지였던 이 도시의 옛 이름은 '필라델피아'다. 정복자 필라델푸스(BC 285~246년 재위)의 이름을 땄다. 유적도 그리스·로마 양식이다. 성터 안에는 헤롯 대왕이 헤라클레스에게 바친 신전과 비잔틴식 성문이 남아 있다. 거대한 헤라클레스 동상은 손가락 네 개와 팔꿈치 일부만 남아있는데, 그 크기가 어른 키만 하다.

시내에는 거리마다 이슬람 모스크가 있고, 사방에서 이슬람 경전인 코란 읽는 소리가 들렸다.

유명한 디저트 집인 '하비바(Habibah)' 앞 길거리에선 사람들이 빈대떡같이 생긴 음식을 먹고 있었다. '코나파'라고 하는 간식인데, 염소 치즈에 설탕과 피스타치오(견과류의 일종) 등을 뿌려 달게 만든 것이다. 하나에 1JOD(약 1600원) 정도 하는데, 양이 제법 많아 시내 관광 후 출출한 배를 달랠 수 있다.


 
       
요단강을 사이로 나누어지는 요르단과 이스라엘 국경지대. 침례를 받고 있는 성지순례객들 뒤로 총을 든 이스라엘 군인들이 보인다.

 

중동의 전통 요리인 만샤프도 먹어보자. 밥과 볶은 땅콩, 삶은 양고기가 커다란 접시에 담겨 나오는데, 뜨거운 요거트를 뿌려 먹는다. 오른손으로 밥을 쥐고 꼭꼭 주무른 후 먹는데, 양이 많아 5~6명이 먹어도 충분하다. 느끼하고 맛이 밍숭맹숭해 한국 입맛과는 거리가 있다.
 

하늘과 별과 바람, 페트라와 와디 럼

높이 200m의 협곡에 갇힌 폭 3~4m의 깜깜한 길을 따라간다. 머리를 들면 협곡 사이에서 별이 쏟아질 듯하다. 세계 7대 불가사의인 고대도시 페트라 유적지의 '야간 개장'격인 '페트라 바이 나이트(Petra by night)'에서 이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다. 깎아지른 듯한 협곡 시크(siq) 사잇길에 3m 간격으로 놓인 촛불을 따라 1㎞ 정도 가다 보면, 갑자기 길이 확 트이면서 1800여개 촛불이 불을 밝힌 유적 알 카즈나(al khazna)가 나타난다. 알 카즈나는 신전이나 왕릉으로 추정되는 고대 건축물로, 붉은 사암 암벽의 안을 파서 만들었다.

낭만적인 사막에서의 하룻밤을 꿈꾼다면,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 촬영지인 와디 럼 사막의 베두인족 텐트를 추천한다. 사막 한가운데 마련된 터라 전기도 없고 2인용 텐트에는 잠금쇠도 없다. 그러나 사막에 누워 쏟아질 듯한 은하수를 보고 있노라면 하룻밤의 불편함쯤은 감수할 수 있다. 베두인족이 제공하는 '아라빅 커피'의 향도 즐길만하다.
 

성지와 국경의 공존, 요단강                                   

모세가 숨을 거둔 느보산(해발 805m)에서 서쪽으로 가면 요르단의 상징인 요단강이 나온다. 폭이 10m쯤  되는 우리나라 실개천 수준인데, 여기서 예수가 세례  요한에게 세례를 받았다고 한다. 강 건너가 바로 이스라엘이다. 강을 사이에 두고, 이스라엘 병사와  요르단 군인이 총을 들고 마주 보고 있다. 서로 이야기도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의 거리다. 각국의 성지순례객이 군인들 사이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쪽 편에선 요르단에 온 서양인 성지순례객들이 요단강으로 뛰어들어 몸을 담그고, 저쪽 편에선 이스라엘에 온 중국인 성지순례객들이 침례를 받았다. 강을 넘어가면 불법이다.
 

 ◇사해와 마인 온천, 홍해에서의 휴양

지구상에서 가장 낮은 지역 중 하나인 사해는 요르단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사해에 몸을 담그니, 구명조끼 없이도 저절로 몸이 둥둥 떴다. 보통 바다 염도의 약 5~6배인 사해는 피부병이나 류머티즘 등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